고속도로 없이 비포장길 달리는 미래항공 모빌리티√ 전용 주파수 대역 없어 제동 걸린 K-UAM 시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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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보모터스 B-32-R2 © 커넥트 데일리 |
(커넥트 데일리=김영도 기자) [현장 심층 리포트] 국토교통부와 인천광역시가 주최한 ‘제6회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식전 행사가 15일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이노베이션센터 앞 야외 운동장에서 개최됐지만 삼보모터스가 독자 개발한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B-32-R2’가 끝내 이륙하지 못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현장에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정복 인천시장 등 주요 정부 및 지자체 외빈이 대거 참석했으나, 비행 예정 시간인 15분이 지나도록 기체가 지면을 떠나지 못하자 외빈들이 중도 퇴장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번 일로 정부의 드론 및 UAM 산업에 대한 제도적ㆍ기술적 한계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현장의 엔지니어, 학계 전문가, 산업계 깊숙한 곳의 목소리를 종합해 이번 ‘이륙 불발’의 진짜 원인과 대한민국 드론ㆍUAM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단독 심층 보도한다(편집자 註).
‘기체 결함’ 아닌 ‘항공안전기준’ 준수
현장 분석에 따르면, 이번 이륙 불발의 원인은 기체 자체의 결함이 아닌 ‘주변 전파 간섭’에 따른 안전 규정 적용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연 장소인 대학교 운동장은 사방이 트인 개활지였으나, 오히려 장애물이 없어 인근 연구동에서 발생한 고출력 실험용 전파와 학내 무선망 신호가 여과 없이 유입되면서 심각한 혼선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연 직전 삼보모터스 관계자들이 주변 전파를 측정하면서 간헐적이면서 지속적인 전파 간섭이 잡히면서 주변 연구동에서 사용되는 시연 시간동안 무선 전파들을 차단해줄 것을 공지하고 협조를 구했지만 시연행사가 시작되면서 또 다시 강력한 전파방해가 들어오면서 난항을 겪었다.
UAM 기체는 일반 드론과 달리 향후 승객 탑승을 전제로 하므로 극도로 엄격한 ‘항공안전기준(Go/No-Go 룰)’을 적용받는다.
제어 주파수 신호에 미세한 노이즈나 단 1%의 패킷 손실만 감지되어도 사고 방지를 위해 이륙을 불허한다.
현장 통제관과 원격 조종사는 이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했고, 결과적으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이륙을 ‘통제(보류)’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정리됐지만 비판의 화살은 정책 당국인 국토교통부로 쏠린다.
국토부는 지난 2017년 ‘드론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2020년 ‘K-UAM 로드맵’을 발표하며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정작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상용 기체가 안전하게 날 수 있는 ‘전용 무선 주파수 대역’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공용 주파수 대역에서 무리하게 시연을 강행하다 이 같은 사태를 자초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800MHz 대역 UAM 전용 5G 항공망 실증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정작 이번 시연회와 같은 민간 개발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드론과 UAM 기체가 다닐 수 있는 있도록 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놓지 않고 UAM이라는 슈퍼카를 비포장도로에서 굴리려 한 것이다.
극동대학교 민풍식 교수(전 국토교통부 항공기술과장)는 “전용 주파수 할당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주파수가 대기업과 통신사에 다 팔려나가 ‘남아있는 여력이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결국 지상 기지국 LTE망과 GPS 신호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데, 휴대폰이 깊은 산속에서 터지지 않는 것과 같은 치명적인 음영 문제를 안고 비행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시연이 열린 인천·송도 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전파 차원에서 가장 취약한 안보 위험 지대라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인천을 비롯한 휴전선 접경 및 해안 지역은 북한의 간헐적인 GPS 교란 신호 송출이 매우 심한 곳으로 인천공항에 뜨고 내리는 대형 민항기들조차 유도 과정에서 GPS 오작동을 빈번하게 겪는다”며 “민항기는 위성통신망과 지상 보정 장비 등 정교한 다중화(Backup) 시스템이 있어 대처하지만, 공용 LTE와 GPS에만 의존하는 국산 드론 기체들은 이러한 교란 전파를 만나는 순간 즉각 통제 불능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현재의 기술 수준과 불안정한 GPS 조건으로는 가시거리 밖 비행은 모험에 가까우며 위성 신호 오차를 2m 이내로 정밀하게 보정해 주는 한국형 위성항법 보정시스템(SBAS) 등 독자적인 위성망 통신 체계가 완전히 안착하고 법제화되어야만 비가시거리 자율비행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드론ㆍUAM 기체의 비가시거리(BLOS) 자율비행을 실현하기 위한 연계 기술 확보를 강조했다.
국내 기술 부품이 없어 수입하나?
대형 드론과 UAM 기체의 핵심 추진 장치인 프로펠러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기술력 부족으로 프로펠러조차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고 평하지만 이는 완벽한 기술 왜곡에 가깝다.
대한민국은 누리호 우주발사체 엔진을 독자 개발하고, 초음속 전투기 KF-21을 제작하며, 보잉과 에어버스 여객기의 날개용 탄소섬유 복합재 부품을 공급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우주 강국이다.
정밀 공기역학 설계와 탄소섬유 정렬 기술이 필요한 대형 프로펠러를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양산할 기술력은 이미 차고 넘친다.
정작 문제는 만들어 놓아도 살 사람이 없다는 시장의 부재 논리에 있다.
탄소섬유 프로펠러를 양산하려면 고온ㆍ고압 성형기(오토클레이브)와 전용 금형 프레스 설비를 구축해야 하며, 수억 원에 달하는 항공 안전성 인증(감항인증)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게 제조를 한다고 해도 국내에는 대량으로 구매해 줄 완성 기체 제조 대기업이나 양산 시장이 전무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없으니 국산화 설비 투자를 포기하고, 이미 글로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단가를 대폭 낮춘 중국산 기성 제품을 사서 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OEM이라는 이름의 라벨갈이
박람회장에 전시된 대다수 드론들은 겉모양만 그럴싸할 뿐, 기체를 구동하는 모터, 프로펠러, 구동 기판(ESC), 비행제어기(FC) 등 핵심 부품이 전부 중국산 기성 제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고상하게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중국 시장에 널려 있는 기성 완제품(Off-the-shelf)을 그대로 수입해 국내에서 로고 스티커만 바꾸는 라벨갈이(택갈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편법은 공공 조달 시장의 국내 직접 생산 확인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국내에서 부품부터 정직하게 제작하는 토종 강소기업들은 단가 경쟁에서 이 가짜 국산 기업들에게 밀려 무참히 고사당하고 있는데 정직하게 기술 개발을 하더라도 저가의 중국산 제품에 밀려 판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안보의 최전선인 군과 소방, 경찰에 납품되는 드론마저 백도어 해킹 우려가 있는 중국산 수입 기성품으로 채워지며 심각한 안보 공백을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자본의 위장 침투와 448억 원 OPPAV 어디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국가 안보 및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 정부 R&D(연구개발) 국책 과제마저 중국계 위장 자본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장 산업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자본을 투입받은 일부 기업이 국내 자생 중소기업인 것처럼 옷을 갈아입고 국가 R&D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정부 산하 평가기관들은 주주명부상의 단순 명의나 한국 법인 등록 여부 같은 형식적 서류 요건만 따질 뿐, 지분 뒤에 숨은 실질적 소유주(Ultimate Beneficial Owner)나 자금의 실제 출처를 전혀 추적하지 않는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 전략 기술 예산이 중국계 자본의 기술 고도화와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해 유출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또 부실한 정책으로 인한 기술 생태계 관리의 붕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원천 기술의 매몰로도 이어졌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정부 예산 총 448억 원을 투입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등이 개발한 국산 최초 UAM 실증기 OPPAV(오파브)의 핵심 기술들은 사업 종료와 함께 민간 양산 체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창고로 직행했다.
국가가 확보한 원천 기술을 민간 기업이 이어받아 비즈니스 모델로 키워내지 못하니 정작 상용화 실증 무대에는 또다시 중국산 카피캣 설계를 따르거나 중국산 핵심 부품을 혼용한 대형 멀티콥터 형태의 기체가 국산 시제기의 탈을 쓰고 등장한 것이다.
국산화 드림팀 구축과 공공 우선구매로 상용화 확대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 드론ㆍUAM 산업을 인공호흡기에서 떼어내고 자생적인 생태계로 부활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국가 전략이 마련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 해법으로 100% 국산화 얼라이언스와 공공 우선구매 협상제도의 결합을 예시로 제시했다.
먼저, 파편화된 강소기업들을 하나로 묶는 원팀(One-Team) 패키징을 하나로 꼽았다.
정부가 개별 기업에 R&D 예산을 쪼개어 나누어 주던 기존 방식을 전면 개편해 모터, 프로펠러, 변속기, 배터리 팩, 비행제어(FC)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국내 핵심 기술 중소기업들을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강력하게 묶어 ‘100% 국산 표준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품 간의 규격과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하면, 개별 기업의 부품들이 맞물려 시너지를 내는 독자적인 K-드론 인프라가 완성된다.
두 번째로는 공공 우선구매 협상제도를 통한 초기 시장 공급망 확보이다.
기술을 갖춘 국산 부품사들이 공장 문을 열고 양산 설비를 돌릴 수 있도록, 국가가 확실한 ‘첫 번째 구매자(First Buyer)’ 역할을 자처해야 하며, 군, 소방청, 경찰청, 산림청 등 공공 부문에서 구매하는 드론 및 UAM 기체 조달 규정에 국내산 부품 국산화율 100%(원소재 및 소스코드 검증 완료 기체) 우선구매 의무화 조항을 도입해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다.
업계가 국가에서 매년 최소 수천 대는 무조건 사준다는 신뢰를 가질 때 비로소 억 단위의 대량 양산 설비 투자가 시작된다.
생산량이 확보되더라도 당장에 제조 단가가 중국산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겠지만 이를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민간 시장 저변 확대를 통해 글로벌 수출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DoD)는 중국산 드론을 공공 시장에서 원천 배제하고 미국산 부품 탑재 드론만 구매하도록 강제한 ‘블루 UAS(Blue UAS)’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화투판에 모포 깔고 타짜 걸러내야”
과거 중국산 드론이 시장을 장악해 나가던 시절 외국산 수입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가 전략 자산으로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되돌아 오는 것은 “싸게 수입해 쓰면 그만”이라던 무책임하고 안일한 관료주의 행정과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매몰된 사이 대한민국 드론ㆍUAM 영토는 중국 거대 자본과 기성 부품의 무차별적인 사냥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화투를 치려 해도 바닥에 도톰한 군용 모포를 깔아주어야 패가 깨지지 않고 제대로 된 판이 돌아간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빨리 민간 기체가 전파 혼선 없이 비행할 수 있는 UAM 전용 주파수 영토를 확실히 확보해야만 한다.
동시에 대한민국 드론ㆍUAM 시장에 조용히 침투한 위장 타짜들을 철저하게 걸러내는 강력한 현장형 실사 검증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부품 원소재의 출처와 소스코드 한 줄까지 직접 뜯어보는 현미경 검증과 함께 무늬만 국산인 기업에 대한 징벌적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면 448억 원을 들여 개발하고 창고에 사장시킨 OPPAV(오파브)의 비극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가짜 국산들이 설쳐대는 시장 구조를 혁파하고 진짜 기술력을 가진 토종 기업들을 모아 원팀을 구성해 이들이 만든 국산 기체를 공공 시장이 책임지고 구매해 주는 것만이 안개가 자욱한 대한민국을 세계로 뻗어나가는 유일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