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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0파운드급 항공엔진 독자 개발에 국가 명운 걸어

정부 5개 부처 ‘첨단 항공엔진 개발 범부처 협의체’ 공식 출범

김영도 기자 | 기사입력 2025/11/28 [13:13]

15,000파운드급 항공엔진 독자 개발에 국가 명운 걸어

정부 5개 부처 ‘첨단 항공엔진 개발 범부처 협의체’ 공식 출범

김영도 기자 | 입력 : 2025/11/28 [13:13]

▲ 28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가 총출동한 가운데 ‘첨단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범부처 협의체’가 공식 출범됐다(사진=우주항공청).  © 커넥트 데일리


(커넥트 데일리=김영도 기자) 대한민국이 기계 공학의 정점이자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첨단 항공엔진 분야 독자 개발을 위해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 맸다. 

 

우주항공청과 방위사업청은 28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가 총출동한 가운데 ‘첨단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범부처 협의체’를 공식 출범시켰다.

 

R&D 착수 보고회가 아닌 미국, 영국 등 극소수 서방 국가가 독점해 온 기술의 철옹성을 넘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는 중국 등 경쟁국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대한민국 정부 차원의 총력전 선포식으로 기록됐다.

 

현재 우리 공군의 주력인 F-35A와 단군 이래 최대 무기 사업이라 불리는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조차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사가 만든 엔진(F414-GE-400K)을 탑재하고 있다. 

 

겉모습은 국산이지만 전투기의 생사를 가르는 핵심 심장은 여전히 ‘메이드 인 USA’로 그동안 항공엔진 개발에 발목을 잡아 왔다.

 

방산물자 수출에서도 항공엔진은 미사일 기술 통제체제(MTCR) 등 국제 규범에 따라 기술 이전이 철저히 봉쇄되면서 KF-21을 제3국에 수출하려 해도 엔진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의 수출 승인(E.L.)이 없이 단 한 대도 팔 수 없었다. 

 

또 항공 엔진은 전투기 가격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구매 비용뿐만 아니라, 운영 기간(30~40년) 동안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유지보수(MRO) 비용이 고스란히 해외 업체로 빠져나간다. 

 

특히, 엔진 고장 시 해외로 부품을 보내 수리해야 하는 탓에 안보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상존하고 있었다.

 

정부가 15,000파운드(lbf)급 이상의 고성능 엔진 독자 개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도 여기에 기인한다.

 

하지만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은 철저한 ‘승자 독식’ 구조로 현재 판도는 절대 1강과 이를 쫓는 맹추격자들로 나뉜다.

 

넘볼 수 없는 선두그룹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로 미국의 GE와 P&W, 영국의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전 세계 군용ㆍ민수용 시장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5세대 엔진을 넘어, 비행 상황에 따라 연비와 출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6세대 ‘가변 사이클 엔진(Adaptive Cycle Engine)’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프랑스(Safran) 역시 자국 전투기 ‘라팔’을 통해 완전한 기술 독립을 이뤘다.

 

또 중국도 자본과 물량으로 서방을 위협하고 있는데 자국산 엔진 ‘타이항(WS-10)’을 실전 배치한 데 이어, 스텔스기 J-20에 탑재할 차세대 엔진(WS-15)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직까지 서방 엔진에 비해 수명(내구성)이 짧다는 평가와 첨단 항공엔진의 품질에 대해서 보장할 수 없지만 막대한 내수 시장과 국가적 투자를 앞세워 기술 격차를 빠르게 지우며 맹추격 중이다.

 

일본은 소재ㆍ부품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미 15,000파운드급 실증 엔진 ‘XF9-1’ 개발에 성공해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일본은 독자 개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영국ㆍ이탈리아와 6세대 전투기(GCAP)를 공동 개발하는 실리적 노선을 택했다.

 

주변국들이 빠르게 치고 나가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것이어서 우려가 섞인 시각도 제기된다.

 

인도의 경우 지난 1986년부터 30년 넘게 자국산 전투기 엔진 ‘카베리(Kaveri)’ 개발에 매달렸지만 결국 수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실패 원인을 엔지니어의 자질 부족이 아닌 낙후된 시스템에서 찾는다. 

 

인도는 달 남극에 탐사선(찬드라얀 3호)을 보낼 만큼(ISRO) 뛰어난 우주 공학 역량을 가졌지만, 유독 국방 R&D(DRDO) 분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가장 큰 원인은 관료주의(Red Tape)와 컨트롤 타워의 부재였다. 

 

군(수요자)의 요구 성능은 개발 도중 수시로 바뀌었으며, 개발 현장의 목소리는 정치 논리에 묻혔고 엔진과 기체 개발이 따로 놀면서 통합 과정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해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는 사이 프로젝트는 표류하게 됐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 인력이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효율적인 행정 시스템과 확고한 정치적 의지가 없으면 고난도 기술은 완성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범부처 협의체’는 과거 부처별로 파편화됐던 R&D, 예산, 인증, 산업화 기능을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묶어 ‘속도전’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날 협의체 출범식에서는 각 부처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제시됐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엔진 개발의 ‘키’를 쥐고 15,0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의 개발 로드맵을 확정해 군의 소요를 명확히 하여 개발 목표 흔들림을 방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소재ㆍ부품 생태계)는 엔진의 핵심인 1,700℃ 이상의 고열을 견디는 특수 합금과 단결정(Single Crystal) 부품 등의 공급망을 구축한다. 엔진을 설계해도 소재가 없으면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감항 인증)는 개발 완성된 엔진이 ‘안전하게 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민군 공통의 감항 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 체계를 마련해 향후 해외 수출 시 필수적인 국제 인증 장벽을 넘도록 지원한다.

 

우주항공청(기술 확장)도 군용으로 개발된 핵심 코어 기술을 민간 항공기 엔진이나 발전용 가스 터빈으로 파생시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는 스핀오프(Spin-off)를 담당한다.

 

방사청 정재준 첨단기술사업단장 직무대리는 “첨단 항공엔진은 군용을 넘어 민간 파급효과가 큰 전략기술”이라며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다. 

 

국토부 최승욱 항공기술과장도 “개발 성공의 열쇠는 결국 인증”이라며 “개발 단계부터 인증 기준을 적용해 시행착오를 줄이겠다”고 강조하면서 개발 따로, 인증 따로 놀았던 과거의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5,500파운드급 엔진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 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엔진 부품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어 기술적 토대는 마련돼 있다.

 

관건은 지속 가능한 정책 지원이다. 항공엔진 개발은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과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는 장기 레이스로 정권이 바뀌거나 단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예산을 삭감하거나, 인도의 사례처럼 정치적 논리가 개입해 개발 방향을 흔든다면 실패는 자명하다.

 

이제 막 닻을 올린 범부처 협의체가 단순한 보여주기식 회의체 성격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부처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K-항공엔진’이라는 국가적 과업을 완수할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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