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위치의 시대, GPS를 넘어서는 항법 기술의 진화√ 누적된 오차와 간섭이 드러낸 GPS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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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삶의 방향을 바꿨던 GPS는 다시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사진=ChatGPT). © 최한민 기자 |
(커넥트 데일리=최한민 기자) 오늘날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우리 삶의 보이지 않는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물류 경로, 드론 운행, 자율주행 차량, 재난 대응 시스템 등 거의 모든 위치 기반 서비스는 인공위성을 활용한 위성항법시스템(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을 바탕으로 설계돼 왔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GPS는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오늘날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환경 변화, 기술 복잡성 증가, 보안 위협 등 여러 요소들이 GPS의 정확성과 안정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GPS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항법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GPS가 가져온 변화와 한계
1970~80년대 미국이 군사 목적으로 설계한 GPS는 이후 민간 개방으로 위치 기반 생태계의 토대가 되어 왔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있는 대략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됐고 내비게이션, 지도 서비스, 물류 최적화, 위치 기반 광고, 도시 인프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GPS 중심 설계가 표준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GPS도 오차라는 것이 존재하는 만큼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었다.
![]() ▲ 국토지리정보원 경내에 위치한 수원 위치기준점. GPS 오차를 검증하고 보정하기 위한 위치기준점은 정밀한 좌표 측정의 출발점이 된다(사진=국토지리정보원). © 최한민 기자 |
GPS 오차는 위성 시계 오차, 궤도(ephemeris) 오차, 위성 기하학적 배치(GDOP)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도심의 고밀도 건물 숲에서는 위성 신호가 건물에 반사되면서 ‘다중 경로 반사(multipath)’ 현상이 일어나 정확도가 떨어지고 위성 신호 자체가 가려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태양 폭풍 등 우주 기상 변화는 GPS 신호가 통과하는 전리층의 전하 밀도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신호가 지연되거나 굴절되는 오차를 일으킨다.
여기에 인위적 전파 간섭(jamming)이나 위장 신호를 보내는 스푸핑(spoofing) 공격까지 더해지면서 특정 지역에서는 의도적으로 GPS 수신이 방해되거나 위치가 왜곡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기술력 강화와 위성 기술의 상용화가 진전될수록 이러한 보안 위협은 더 크고 정교해지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드론, 정밀 농업, 도시 환경 모니터링 등에서는 수십 센티미터 수준의 오차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단독 GPS 의존은 점점 위험한 선택이 되고 있다.
전 세계의 보완과 대체 기술 흐름
GPS의 약점을 메우기 위한 시도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 방식은 단순히 신호를 보정하는 수준을 넘어 위성과 지상망, 인공지능과 센서, 그리고 각국의 독자 위성항법 체계가 서로 얽힌 다층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분야는 ‘보정 위성망(SBASㆍSatellite-Based Augmentation System)’이다.
이는 지상 기준국이 위성 신호의 오차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중앙에서 분석하고 그 보정값을 다시 위성을 통해 사용자에게 전송하는 구조다.
유럽연합은 ‘EGNOS(European Geostationary Navigation Overlay Service)’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은 ‘WAAS(Wide Area Augmentation System)’를, 일본은 ‘MSAS(Multi-functional Satellite Augmentation System)’를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항공기나 선박은 GPS만 사용할 때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정확한 위치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차분항법(DGPSㆍDifferential GPS)’은 지상에 설치된 기준국이 자신의 정확한 위치와 GPS로 측정된 위치의 차이를 계산해 그 오차값을 주변 사용자에게 방송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농업용 트랙터의 정밀 주행, 항만의 선박 정박, 도로 공사 등 오차 허용이 거의 없는 산업 분야에서 널리 쓰였다.
미국은 지난 2020년 해양용 DGPS를 공식 종료했지만 일본이나 유럽 등 일부 국가는 여전히 현장에서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성 보정보다 거리 제한이 있지만 장비가 간단하고 유지비가 저렴해 가까운 거리에서 믿을 수 있는 보정 기술로 남아 있다.
![]() ▲ 해양경찰 경비함정에서 활용된 DGIS 시스템의 모습(사진=속초해양경찰서). © 최한민 기자 |
위성 신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복합 항법 기술(Fusion Navigation)’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방식은 GPS 신호 외에 관성항법장치(INSㆍInertial Navigation Systemㆍ움직임을 스스로 계산하는 장치), 라이다(LiDAR), 비전 센서(카메라 영상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 무선 비콘(beacon)이나 5Gㆍ6G 통신망 신호 등을 결합한다.
이런 융합 항법은 터널, 도심의 빌딩 숲, 실내 공간처럼 위성 신호가 약한 지역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유럽의 자율주행 연구 프로젝트와 미국의 무인기 항법 연구에서도 이미 ‘GNSS+INS+비전센서’ 구조가 필수 요소로 채택되고 있다.
서로 다른 센서의 약점을 보완해 오차 누적을 줄이고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위치 계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아울러 각국은 ‘자체 위성항법시스템(GNSS)’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GPS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위성을 띄워 위치나 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로 일본의 QZSS(Quasi-Zenith Satellite Systemㆍ준정지궤도 위성항법 시스템)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시스템은 일본 상공에 위성을 오래 머물게 하는 특수 궤도를 이용해 도심에서도 위성 신호를 안정적으로 수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L6’ 주파수를 통해 센티미터(cm) 단위의 정밀 보정 신호(CLASSㆍCentimeter-Level Augmentation Service)를 전송한다.
인도의 NavIC(Navigation with Indian Constellation)은 인도와 주변 해역 약 1,500km 범위를 커버하는 지역 항법 체계로 스마트폰 기반 상용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베이더우(BeiDou)는 지난 2020년 7월 완전 운용 단계에 진입해 지구 전역을 커버하는 글로벌 항법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미국(GPS), 러시아(GLONASS), 유럽(Galileo), 중국(BeiDou), 일본(QZSS), 인도(NavIC) 등이 항법 위성 시스템 보유국이다.
이들 위성항법망은 GPS 단독 시대를 넘어 다중 GNSS 시대로 나아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KASS와 KPS 구축 현황
우리나라는 보완과 독립 운영을 동시에 겨냥한 항법 전략을 추진 중이다.
KASS(Korea Augmentation Satellite Systemㆍ한국형 위성기반 보정 시스템)는 GPS 신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위성 기반 보정 체계로 지난 2022년 정지궤도 위성을 통해 신호 송출을 시작했다.
1호기 발사 이후 지난해 2호기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신호 제공 체계를 구축했으며 현재 운용 중인 2기에 이어 오는 2027년 3호기 발사를 앞두고 있다.
KASS는 항공 교통 관리뿐 아니라 도로 내비게이션, 드론 운항, 해상 항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신호를 교정해 주는 정밀 위치 인프라’ 로 활용될 예정이다.
![]() ▲ KPS의 운영 이미지(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한민 기자 |
이와 함께 추진 중인 KPS(Korean Positioning Systemㆍ한국형 위성항법체계)는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역위성항법체계(RNSSㆍRegion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로 우리나라의 독자 항법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다.
지난 2022년부터 정부와 관계 기관이 합동으로 개발에 착수했으며 총 3조 7천억 원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KPS는 총 8기의 위성을 운용할 예정으로 이 가운데 5기는 경사지구동기궤도(IGSO, 위성이 적도와 일정 각도를 이루며 경사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궤도)에 나머지 3기는 지구정지궤도(고도 약 3만 6천km 상공에서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움직여 지상에서 보면 같은 위치에 머무는 궤도)에 배치된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달 말 스페이스X와 오는 2029년 9월 발사 계획으로 KPS 1호 위성 발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KPS 1호 위성은 경사지구동기궤도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며 이후 발사될 위성들과 함께 정밀한 위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주항공청은 2029년 첫 발사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총 8기의 위성을 순차적으로 발사해 KPS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KPS는 위성 신호를 통해 정확한 위치(Position), 항법(Navigation), 시각(Time) 정보를 제공하는 PNT 시스템으로 자율주행차, 드론 물류, 항공 및 해상 운항, 응급 구조, 재해 대응 등 정밀 위치 기반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KPS가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우리나라는 GPS 중심 구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위기 상황에서도 독립적인 항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자립을 넘어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국방 등 미래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